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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정책과 이탈리아

폴 크루그먼은 최근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글(Austerity, Italian Style)에서 이탈리아의 긴축 정책을 비판하며, 이런 비판을 남유럽과 유럽 공동체의 일반적인 문제로 확장시키고 있다. 긴축 정책은 잘못된 선택이기 때문에 유럽 공동체의 긴축 기조가 결국 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른 결과로 존경 받는 정치인들이 실각하고 극단적 성향의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정치인이 대중의 지지를 얻는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이 긴축 정책을 비난하는 근거에는 학문적 배경과 실제 사례가 있어서, 나름 그 논리가 탄탄해 보인다. 긴축 정책 자체가 의도하는 바 대로 실제 경제가 움직인다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에서는 긴축으로 인해 경제가 감정적인 영향(자신감의 감소로 표현하고 있다)을 받아서, 경기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결국 긴축 정책이 의도했던 목적을 성취할 수 없다는 맥락이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반례도 여럿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실린 동유럽 어느 국가의 위기 극복 사례가 그러했고, 가장 대표적으로 우리나라가 IMF 상황에서 빠르게 회복한 경험 또한 대표적인 반례로 들 수 있다. 크루그먼이 지적하는 대로 ‘자신감’의 문제가 긴축 정책이 실패하는 중요한 요소라면, 긴축 정책 자체 보다는 국민의 정서와 문화가 위기를 감당하기에 충분히 성숙하거나 결집되지 못했다는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근본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결국, 긴축을 하든 그렇지 않든 경기 하강과 경제 문제를 대처하는 국민의 자세가 위기를 인정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빈약한 국민성 때문에 긴축 정책이 의미 없다는 주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국가와 개인은 단절된 주체가 아니며, 국가는 개인들이 모여 구성된 사회일 뿐이다. 근래의 대중은 정부를 별도의 주체로 인식하며,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면 이렇게 분리 한 제 3자를 대상으로 비난을 쏟아붓기 바쁘다. 참으로 제 얼굴에 침을 뱉는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비록 크루그먼의 지적 대로 긴축 보다는 부양책이 더 효과적일 지도 모르지만,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국민들의 합일된 의지가 경제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임은 부인할 수 없다. 긴축 정책 자체를 비난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대중의 인식을 무엇보다 먼저 짚고 넘어 가야 하겠다.